일본 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은 핵・미사일 개발, 일본인 납치 문제 등 외교・안보 이슈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러한 인식은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재일조선인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차별로 이어져, 제도적・사회적 차별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영화 가족의 나라(かぞくのくに, Our Homeland, 2012)는 일본 사회의 북한 인식을 배경으로 조선적 재일조선인의 현실을 묘사했다. 영화는 북한귀국사업이 종결된 역사가 아닌, 오늘날까지도 조선적 재일조선인의 현실을 좌우하는 주요한 사건으로 조명하며, 북한과 재일조선인 귀국자, 그리고 그 가족의 관계를 탐색했다. 그 과정에서 귀국자 성호의 경험은 리에의 시선을 통해 규정되면서 그의 주체적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한계를 보였다. 성호는 억압적인 북한 체제의 피해자라는 일반화 속에서 그의 현실을 초래한 가해 측에 대한 비난과 비판, 대립과 갈등을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그러나 영화는 리에의 시선을 변화시키는 서사적 장치를 마련하고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성호와 리에, 양 동무와 조총련 관계자들, 리에의 부모를 각각 조명해서 개인들의 복합적인 처지와 내적 갈등을 조명하려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영화 가족의 나라는 북한 주민, 북한 귀국자, 조선적 재일조선인의 가해와 피해에 기반한 갈등과 대립을 심화하기보다는 인물들 각각의 경험을 조명함으로써 입체적인 논의를 위한 장을 마련했다.
- Pub. Date : 2025
- Page : pp.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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